🔍 3분만 읽으면 이런 내용을 알 수 있어요
✔️ 사람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돕는 이유
✔️ 돈이 없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세 가지 기여
✔️ CSR과 CSV, ESG는 무엇이 다른가
광복절 연휴 사흘 동안 경남 거제에 800mm 이상의 비가 내렸습니다. 시간당 124.5mm는 200년에 한 번 있을 빈도로 분석됐습니다. 옥포동에서는 산사태가 아파트를 덮쳤고, 지금도 100명이 넘는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며 마음이 쓰이셨을 겁니다. 그런데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순간 말을 아끼게 되는 대표님들도 계실 겁니다.기업의 사회공헌을 다루는 글은 대개 대기업 사례로 채워집니다. 매출의 몇 퍼센트를 기부했고, 재단을 세웠고, 몇십억을 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읽는 중소기업 기업 대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얘기는 아니구나."
그래서 오늘은 그 반대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부할 돈이 없는 회사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더 오래갑니다.
1) 사람은 이익이 아니라 유익으로도 움직입니다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는 축은 두 개입니다. 하나는 이익입니다. 100만 원짜리를 50만 원에 살 수 있다면 삽니다. 계산이 명확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익이 아닙니다. 길을 가다 어려움을 겪는 분을 보면 돕습니다. 해외에서 한국 사람이 곤란해하는 것을 보면 나섭니다. 나에게 이익이 되기는커녕 손해일 수도 있습니다.그런데도 왜 할까요. 이익이 아니라 유익이기 때문입니다. 정체성과 소속감의 문제입니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것이 나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목이 쉬도록 응원합니다. 내가 그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기업을 대하는 방식도 같습니다. 반복적으로 이익을 줘서 맺는 관계가 있고, 서로 속해 있다는 감각으로 맺는 관계가 있습니다. 앞의 것은 더 싼 곳이 나타나면 끝납니다. 뒤의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난 앞에서 기업이 나서는 일은 이 두 번째 축에 속합니다. 계산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계산으로 설명하려 하면 오히려 어색해집니다.
2)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세 가지
기부금 액수는 사회공헌의 한 가지 형태일 뿐입니다. 오히려 규모가 작은 조직일수록 다른 방식이 더 잘 맞습니다.
첫째, 우리 업(業)으로 합니다.
현금 대신 우리가 만드는 것을 내놓는 방식입니다. 식품 회사는 식품을, 생활용품 회사는 생활용품을, 물류 회사는 운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원가로 계산하면 현금 기부보다 부담이 적으면서, 받는 쪽에는 시가만큼의 가치가 전달됩니다.
무형의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회계 사무소는 피해 사업장의 세무 신고를, 법률 사무소는 보험 청구 자문을, 교육 회사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의 진짜 강점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돕기 때문에 품질이 높고, 무엇보다 지속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만듭니다.
대표가 혼자 결정해서 송금하고 끝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반면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면 조직 안에 남는 것이 생깁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직원이 모은 금액만큼 회사가 더하는 매칭 방식, 봉사에 참여하는 시간을 근무로 인정하는 방식, 어디를 도울지 구성원이 함께 정하는 방식. 회사가 부담하는 총액은 같아도 조직에 남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셋째, 거래처와 함께 합니다.
혼자서는 작지만 함께하면 규모가 됩니다. 협력사, 거래처, 같은 지역의 동종업체와 함께 하면 각자의 부담은 줄고 실제 도움은 커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는 사업에서도 오래 남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금액보다 지속성입니다. 한 번에 큰돈을 내고 끝나는 것보다, 작더라도 계속하는 쪽이 조직에도 사회에도 더 큰 영향을 남깁니다.
3) CSR과 CSV, ESG는 무엇이 다른가
여기서 개념을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셋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이야기입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쉽게 말해 돈을 벌어서 좋은 일에 쓰는 것입니다. 사업과 기여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CSV(Creating Shared Value) 는 공유가치 창출입니다. 사업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커피 회사가 재배 농가의 삶의 질을 올리면서 동시에 좋은 원두를 확보하는 것처럼, 사업과 기여가 하나입니다.
ESG 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로, 기업의 운영 방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투자자와 고객이 재무제표만이 아니라 이 지표까지 보고 판단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셋을 따로 공부하면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이라면 이렇게 네 가지 관점으로 보시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① 상품 경쟁력 — 이것이 우리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가
② 브랜딩 경쟁력 — 고객이 우리를 다르게 보게 되는가
③ 인재 밀도 —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오고 싶어지는가
④ 기업 문화 — 구성원이 자부심을 갖는가

파타고니아가 극단적인 예입니다.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환경 철학이 없는 매체에는 광고를 내지 않으며, 심지어 "이 옷 사지 마세요, 중고로 바꿔 입으세요"라고 광고합니다.
이 회사가 특별한 것은 기부 액수가 아닙니다. 왜 사업을 하는지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철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고객이 되고 직원이 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분명합니다. 사건이 터질 때만 성금을 내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고객이 먼저 알아봅니다. 그린워싱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지금 아무것도 못 하신다면, 하는 척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대신 우리가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는 회사인지를 정하는 일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우리 조직 사회적 기여 자가 점검
✅️ 우리 업(業)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라도 말할 수 있다
✅️ 사회공헌을 대표 혼자가 아니라 구성원과 함께 결정한 적이 있다
✅️ 한 번의 큰 기부보다 작더라도 지속 가능한 방식을 검토해 보았다
✅️ 우리가 왜 이 사업을 하는지 구성원 모두가 같은 답을 말할 수 있다
체크되지 않은 항목이 있다면, 얼마를 낼지 고민하기 전에 무엇으로 기여할 회사인지부터 정하실 시점입니다.
"우리 회사가 없어지면, 이 사회는 무엇을 잃게 됩니까?"
피터 드러커가 기업에 던진 다섯 가지 질문 중 첫 번째입니다. 평소에는 추상적으로 들리는 질문인데, 재난 앞에서는 유독 선명해집니다. 지금 거제와 통영에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곳에도 회사가 있고, 직원이 있고, 거래처가 있습니다. 큰돈을 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 회사인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답을 가진 조직은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망설이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