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이 시장에서 실패했을 때 경영자가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은 제품의 품질이다. 그러나 국내 1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5년간 PD(프로젝트 디렉터)로 일하며 약 1,000개의 신상품 런칭을 맡았던 김서현 대표의 진단은 다르다. 그는 "업체들을 만나 보면 상품이 안 좋았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이상하게 꼭 좋은 제품이 잘 팔리는 건 아니더라"고 말했다.
김서현 대표는 현재 뷰티 브랜드 skinGAZM·fhui와 상세페이지 에이전시 웨이브앤코를 운영하고 있으며, 『팔리는 신상품, 이렇게 태어납니다』(2023)의 저자다. 2026년 9월 가인지 성장클럽 A부 초청강연에서 그는 「터지는 신상품, 이렇게 만들어집니다」를 주제로 확률을 높이는 상품기획, 팔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런칭 전 실패를 줄이는 법을 차례로 다뤘다. 이 글은 강연의 세 축을 경영자의 의사결정 순서로 다시 정리하고, 가인지경영원 연구원의 관점에서 관련 연구와 제도를 덧붙인 것이다.

성패는 '어떤 제품으로 시작하는가'에서 이미 갈린다
와디즈 PD의 업무는 제품 소싱, 제안, 프로젝트 진행, 오픈, 종료의 다섯 단계로 반복된다. 김 대표는 청중에게 다섯 단계 가운데 성과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단계를 물은 뒤 "거의 대부분 첫 번째 단계에서 결정된다"고 답했다. 어떤 제품으로 시작하는가가 이후 3개월의 흥망을 좌우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상품의 성공을 운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확률을 높이는 상품기획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단언하며, 그것을 "기획할 때부터 구체적인 판매 전략이 같이 그려지는 기획"으로 정의했다. 판매 전략은 다시 두 질문으로 나뉜다. 어디서 팔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팔 것인가다.

고객은 상품보다 플랫폼을 먼저 고른다
김 대표가 관찰한 최근 소비자의 구매 동선에는 한 단계가 추가됐다. 검색, 비교, 결정, 결제, 배송, 후기의 흐름 앞에 '플랫폼 선택'이 들어선 것이다. 고객은 "이 상품은 쿠팡에서, 이 상품은 컬리에서" 사겠다고 정하고 들어온다. 따라서 판매자는 기획 단계에서 고객이 어떤 맥락으로 자기 상품을 만나게 될지를 미리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그는 시장을 둘로 나눈다. 첫째는 목적 구매 시장이다. 고객이 무엇을 살지 정하고 들어오는 시장으로, 검색량이 확보된 품목, 인지도 있는 브랜드 또는 최저가를 노릴 수 있는 상품, 재구매 주기가 뚜렷한 상품이 유리하다. 둘째는 탐색 구매 시장이다.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SNS 광고, 크라우드펀딩처럼 살 생각이 없던 고객이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시장으로, 한 장면으로 시선을 붙잡는 비주얼, 희소성 높은 단독 상품, 제품력으로 설득할 수 있는 신생 브랜드가 어울린다.

채널을 정한 뒤에는 세 가지를 점검한다. 해당 품목에 1등이 있는가, 1등이 확고하다면 2인자 자리는 비어 있는가, 최초가 아니라면 '최초의 기획'을 만들 수 있는가. 강연에서 그는 경쟁자가 아무도 진입하지 않은 품목을 "그럼 내가 1등을 할 수 있겠다"고 해석한 사례, 확고한 1위 브랜드의 고객 커뮤니티를 분석해 1위가 말하지 않은 효익을 전면에 내세운 2인자 사례, 흔한 품목에 업계 최초의 사후 서비스 제도를 붙여 카테고리 안에서 새 자리를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강연 서두에서 일부 브랜드가 사례의 외부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기에, 이 글에서도 브랜드명은 적지 않는다.
3초 안에 설명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업체들이 김 대표에게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저희 매출 얼마 할 것 같으세요?"다. 그는 이 질문을 직감이 아니라 기준으로 답하려 했고, 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의 공통점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상품이 3초 안에 설명된다. 제품명에서 광고 카피, 상세페이지까지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된다. 어떻게 팔지가 기획 자체에 이미 담겨 있다.
콘텐츠에 담을 가치는 기능, 가격, 디자인 가운데 내 상품만이 줄 수 있는 것으로 좁힌다. 기능은 숫자로 말한다. "기미가 개선되는 제품"보다 "기미가 60초 안에 개선되는 제품"이 강하다. 김 대표는 "고객이 뇌를 쓰는 순간 망한다"고 표현했다. 고객이 논리적으로 따져 보지 않아도 특장점이 직관적으로 체감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격은 비교 대상을 바꾼다. 시장가보다 비싸다면 비싼 이유를 최소 세 가지 이상 제시해야 한다. 디자인은 그 상품을 살 고객의 감도와 그 고객의 집에 어울리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같은 소구점이라도 크리에이티브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진다. 첨가물이 없다는 메시지를 큰 글씨로 강조하는 대신, 제품을 뒤집어 전성분 표시를 먼저 보여 주거나 제품을 직접 끓여 두부가 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고객이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잘 팔릴까"가 아니라 "어느 가설이 틀렸나"를 묻는다
세 번째 주제는 런칭 전 실패를 줄이는 법이다. 김 대표는 "이거 잘 팔릴까요?"라는 질문이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하며 "내 가설 중 어디가 틀렸을까를 검증하는 것이 다음 단계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설은 수요, 콘텐츠, 가격의 세 갈래로 나눈다. 수요 자체가 없는지, 제품은 괜찮은데 콘텐츠가 문제인지, 가격을 맞추지 못했는지를 따로 검증한다는 것이다.
검증은 3단계로 진행한다. 첫째, 돈이 들지 않는 조사로 검색량, 경쟁사 리뷰, 대체재의 실제 가격대를 확인한다. 둘째, 기획 단계에서 AI로 만든 광고 소재 10개 안팎을 3만~4만 원 수준의 소액으로 집행하고, 클릭률이 가장 높게 나온 카피와 장면을 상세페이지 콘셉트에 반영한다. 셋째, 크라우드펀딩으로 초도 물량을 소화하고 그 후기를 다음 상품 개발에 활용한다. 김 대표는 자사 브랜드를 해외 마켓에 런칭할 때 미백 소구와 진정 소구 광고를 함께 시험했고, 국내와 달리 진정 소구의 반응이 더 좋았다는 결과를 상세페이지에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같은 제품이라도 시장이 바뀌면 통하는 메시지가 달라진다는 증거다.

첫 런칭이 기대에 못 미쳐도 끝이 아니다. 김 대표는 플랜 B와 C를 미리 세워 둔 팀은 다음 채널에서 기회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제가 오늘 드린 모든 이야기는 계속해서 시도해서 고객들과 합을 맞춰 나가는 작업입니다."
연구원의 시선 — 강연의 원칙을 뒷받침하는 연구와 제도
선택을 줄여야 구매가 일어난다. "고객이 뇌를 쓰는 순간 망한다"는 김 대표의 원칙은 소비자 심리학의 고전적 실험과 맞닿아 있다. 컬럼비아대 쉬나 아이엔가(Sheena Iyengar)와 스탠퍼드대 마크 레퍼(Mark Lepper)가 2000년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잼 24종을 진열한 시식대에서는 방문객의 3%만 구매했지만 6종만 진열한 시식대에서는 30%가 구매했다. 선택지와 정보가 많을수록 고객은 판단을 미룬다. 3초 안에 하나의 메시지로 설명되는 상품이 유리한 이유다.

가격은 절대값이 아니라 비교로 판단된다. 김 대표가 고가 상품의 비교 대상을 바꾸라고 한 것은 행동경제학의 기준점 효과와 같은 원리다.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1974년 『사이언스(Science)』 논문에서 사람의 수치 판단이 처음 제시된 기준점에 끌려간다는 사실을 보였다. 고객이 무엇과 비교하느냐를 설계하는 것은 가격을 낮추지 않고 가격 저항을 낮추는 방법이다.
작게 시도하는 것은 방법론이다. 소액 광고로 카피를 먼저 검증하는 방식은 에릭 리스가 『린 스타트업』(2011)에서 제시한 '만들기-측정-학습' 순환과 같은 구조다. 대규모 생산과 재고를 결정하기 전에 가장 싼 실험으로 가장 위험한 가설부터 확인한다는 점에서, 생산 최소 발주량(MOQ) 부담이 큰 중소 제조 브랜드에 특히 유효하다.
과감한 카피에도 선은 있다. 강연 질의응답에서는 기능을 과장하는 업계 분위기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김 대표는 클릭률이 높아도 전환과 후기가 나쁘면 잘못된 선택이라고 답했다. 제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거짓·과장, 기만적,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화장품은 「화장품법」 제13조가 부당한 표시·광고를 별도로 금지한다. 숫자로 말하라는 원칙은 '검증된 숫자로 말하라'는 원칙으로 읽어야 한다.
채널 설계의 무게는 커졌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약 259조 원 규모이고, 그 가운데 모바일 거래가 월별로 70%대 중반을 차지한다. 고객이 작은 화면에서 상품을 스쳐 보는 시간이 구매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김 대표가 질의응답에서 강조한 '3초 잔상'은 이 환경에서의 생존 조건이다.
가인지가 현장에서 만나는 언더백 기업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신제품 회의가 성분, 원가, 디자인 시안에서 시작해 출시 직전에야 "어디서 팔지"를 논의하는 구조다. 가인지컨설팅그룹 김경민 대표는 2026년 10월 21일 「김경민의 경영벙커」 경영특강에서 "회의 시간을 줄여도 성과관리는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지는 것은 매주 같은 것을 보지 않을 때"라고 말했다. 신상품 기획도 같다. 채널, 3초 카피, 테스트 소재의 클릭률을 기획 초기부터 매주 같은 칸에서 확인하는 회사만이 '운'을 '확률'로 바꿀 수 있다.
이번 주에 할 세 가지
- 판매 채널을 먼저 한 줄로 적는다. 준비 중인 신상품마다 "목적 구매 시장인가, 탐색 구매 시장인가"와 1순위 채널을 기획서 첫 줄에 쓴다. 채널의 1등과 2인자 자리가 비었는지도 함께 적는다.
- 3초 카피를 세 개 쓰고 동료에게 읽힌다. 제품을 모르는 사람이 3초 안에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면 카피를 다시 쓴다. 기능은 숫자로, 가격은 비교 대상으로, 디자인은 고객의 공간으로 표현한다.
- 가설을 수요·콘텐츠·가격으로 나눠 가장 싼 실험부터 한다. 검색량과 경쟁사 리뷰를 먼저 보고, 광고 소재 10개를 소액으로 집행해 클릭률 1위 메시지를 찾는다. 결과는 매주 같은 표에 기록한다.
클래스 「파일목록」에는 김서현 대표의 강의파일(PDF)과 적용노트(PDF)가 함께 올라 있다. 영상과 함께 내려받아 신상품 기획 회의의 점검표로 쓰기를 권한다.
▶ 클래스 바로 보기: [9월 성장클럽] 5억 가치 브랜드를 만든 상품 기획의 한 끗 — 김서현 대표
함께 보면 좋은 클래스
- 1인 카페가 F&B 기업으로. 고객중심 상품개발과 브랜딩 사례 — 오숙경 대표
- 상품 기획 전문가 정근혜 대표가 알려주는 프라이싱 트렌드
- 결국 사게 만드는 세일즈 화법, 영업 화법과 셀링포인트 제대로 세우기
- 요즘 기업들이 고객 커뮤니티에 집착하는 이유 — 백영선 대표
글 | 이평화 기자
[출처] 김서현, 「터지는 신상품,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2026년 9월 가인지 성장클럽 강연(가인지캠퍼스 클래스 5673) / Iyengar, S. S. & Lepper, M. R.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6) / Tversky, A. & Kahneman, D. (1974).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Science, 185 / Eric Ries, The Lean Startup(2011) /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화장품법」 제13조 /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 / 김경민, 「김경민의 경영벙커」 경영특강(2026.10.21)
